나는, 습하지는 않지만 물기 어린 공기의 냄새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고 촉촉이 젖어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내뿜는 그 느낌이 나는 좋다. 모든 것에는 그만의 냄새가 있다. 불린 쌀로 정성 들여 뜸을 들인 밥 짓는 냄새,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원한 바다 냄새, 은은히 방 안에 퍼지는 작약 냄새, 그리고 그의 옆에 있으면 문득 다가오는 그의 냄새……. 하물며 내가 쓰는 물건들에도 내 손때 묻은 냄새가 날 터이다. 비가 오면 후각이 예민해지는 것인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특유의 냄새들이 나에게 물밀듯이 떠밀려 온다. 물을 머금은 공기를 타고 오는 것일까, 비가 오면 나는 저마다의 향에 취한다.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봄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봄은, 비와 함께 왔다. 시원한 밤공기도 같이. 어느덧 익숙해진 텁텁..
이용택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 /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 음악 좀 줄일 수 없냐고 / 네 그러면 차라리 나갈게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가사 중 일부이다. 나는 ‘이웃’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이 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참으로 와 닿기 때문에 이 노래를 ‘이웃’하면 떠올린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는 싫고,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고 싶어 이 노래의 화자는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 “이제는 늦은 밤 방 한구석에서 / 헤드폰을 쓰고 춤을 춰.” 개인주의의 시대에서 타인과 부딪히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이웃이란 관계를 참 많..
지친 하루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침대에 지친 나를 누인다누구 하나 고생했다는 말건네는 사람이 없어속으로만 감춘 위로의 인사나는 그 잠깐 사이에한없이 깊은 잠에 빠져든다 나는 무엇을 바라 사는가이리 흔들리고 저리 치여무던히도 닳고 닳아 왔건만깨진 내 마음의 창에다시 깊숙이 베어들고야 만다익숙해질 만도 할 터인데무감각에 무감각해져버린 나 다시 침대에 걸터 앉는다심연의 우울에서 벗어나고자나는 두 번 세 번 곱게 원두를 간다정성들여 커피를 내리고 난다시 침대에 몸을 누인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밝은 햇살이 나를 반길 거라고 밖은 여전히 어둠이었다나는 오늘도 도돌이표ça va?comme ci comme ça 2016. 11. 24. 자작시, , 이용택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아침에 자리를 정리하면커피를 한 잔 마신다두 봉지의 인스턴트 원두 커피뜨거운 물 약간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콜롬비아 방랑객이 되었다 나는 노래를 하고 있었다서툰 목소리로 한 음 한 음정성들여 부른 노래타인은 할 수 없는 위로를스스로 하는 까닭이다 계단을 오르다 고개를 들어파란 하늘을 본다나는 그 바람같은 하늘에도조그마한 행복을 찾는다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어쩌면 감사한 일일 테니 느닷없는 메시지에도반가워해주는 사람들이 있다한 잔 두 잔 술을 기울이면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두런두런 나누면 어느덧 자정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하는그 순간마저도 나는사무치게 행복하다 2016. 11. 19자작시, , 이용택
왜 우리는 미워하며 사는가 - 미워해야 행복해지는 존재들 - 나는 오늘 당신을 미워하였다. 당신의 뒤에서 당신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떠벌렸으며 당신의 앞에서는 당신이 싫은 티를 내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미워하는 것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미워할 것이다. 당신은 내가 없는 곳에서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릴 것이며 내 앞에서는 내가 싫은 기색을 보일 것이다. 나는 당신을 계속 미워할 것이며, 당신도 나를 미워할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우리의 미움은 터지게 될 것이다.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안에서 사그라들거나, 서로의 미움이 핵분열을 일으켜 커다란 폭발을 일으킬 터이다. 이쯤에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미워하면서 사는가? 실제로 나에게 오늘은 ..
며칠 전 점심은 비빔냉면이었다. 쫄깃한 메밀 면발에 매콤한 양념이 아주 일품이었다. 누구나 '비빔냉면'하면 떠올릴 만한 그런 맛이었다. 그렇다고 그 맛이 천편일률적이지는 않았다. 보편적이기는 했어도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그것이 그 말 같지만서도 사실은 다른 맛이다. 보편적이긴 해도 그 음식만의 특유의 맛이 살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비빔냉면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또 얼마 전 저녁은 비빔밥이었다. 아삭한 열무김치에 오이와 당근, 무채, 부추를 넣고, 계란 프라이 한 쪽, 거기에 고추장까지.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 빠지면 섭섭한 참기름이다. 참기름을 한 숟갈 빙 둘러주면 맛있는 비빔밥을 위한 준비가 다 됐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면서 재료들을 골고루 섞어주면 끝. 열무부추비빔밥 대령..
어느 날, 갑자기, 가을 곧게 난 계단을 따라타박타박 걸어오르니 그곳엔파아란 찬연한 바다가 문득내게 안겼습니다 구름이 동동 떠있는 바다에한 걸음 내딛어 보니아차, 이건 파도였구나스르르 내게 안깁니다 가만히 바다를 품에 안고눈을 감으면, 바람에 몸을 맡기면나는 낙엽에 걸린 나뭇가지인 양이리저리로 휩쓸리고 말겠지요 이글거리던 사랑도 잊혀간다지만작별 인사가 이리도 쉬운 건지요갑자기 찾아온 헤어짐에 무참하게버려지고 말았군요 나는 뜨겁게 피어오른 우리의 사랑을 뒤로한 채당신은 나를 떠나고 푸른 바다만이숨결은 차지만서도 이내 따뜻한 손길로나를 살며시 끌어 안습니다 타오르던 어제는 남겨두고어느 날, 갑자기, 가을 2016. 08. 27.자작시, , 이용택
Hi. 노란 동그라미에 바둑알 두개, 포춘쿠키 하나. 오리가 나 대신 말을 한다. 저 오리인지 병아리인지 하여간에 신기하게 생긴 새가 말을 하다니. 참 세상에는 놀라운 일도 많다. 분명 저 조동아리에서는 꽤액 하고 짐승의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사람의 말을 하고 있다. 요즘 더워서 내가 헛 것이 들리나. 그런데 내 귀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아까까지만 해도 LG 트윈스가 6연승을 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말이다. 아, 중계는 못 들었나. 하여튼 간에 내가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귀를 완전히 먹은 건 아닌듯 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내가 귀를 먹을 사람은 아니다. 말하는 오리라니. 당장이라도 '세상에 이런일이'나 '동물농장'에 제보를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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