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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용택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 /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 음악 좀 줄일 수 없냐고 / 네 그러면 차라리 나갈게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가사 중 일부이다. 나는 ‘이웃’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이 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참으로 와 닿기 때문에 이 노래를 ‘이웃’하면 떠올린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는 싫고,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고 싶어 이 노래의 화자는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 “이제는 늦은 밤 방 한구석에서 / 헤드폰을 쓰고 춤을 춰.” 개인주의의 시대에서 타인과 부딪히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이웃이란 관계를 참 많이 맺고 있다. 이웃집, 이웃 마을, 이웃사람……. 심지어는 블로그를 하면서 “우리 서로이웃 맺어요”하면서 이웃이 되고는 한다. 이웃은 보통 가까이 사는 사람 혹은 가까이 사는 집을 의미한다. 요즘에는 이웃의 의미에 확장이 일어나 사회·문화적으로 결속된 사람 또한 이웃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이웃을 많이 만들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우리가 맺는 관계의 수에 비해서 우리가 우리의 ‘이웃’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시험을 본다면, 우리는 아마 대부분 낙제점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떠올렸을 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과거와 이웃과의 생활상이 바뀌었다. 예전의 우리나라는 농경 사회였다. 이웃끼리 서로 도우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이웃 사이가 가족만큼 가까워졌다.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축하해 주었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슬퍼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웃이 자기 사촌만 하다는 뜻으로, 그만큼 이웃과 가깝고 서로 잘 알고 지낸다는 의미이다. 개인주의화가 이루어진 요즘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요즘은 이웃 간의 교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가까이 산다고 이웃을 이웃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몇 년 동안 같은 동네에 살아도 서로 모르는 경우도 허다할 터이니 말이다. 그 결과로 이웃 간에 사이는 멀어지고 이기주의는 심해졌다. 이웃 갈등이 커졌다. 층간 소음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군인이다. 군부대 안에서 나의 가족과 친구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웃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에게도 이웃이 있다. 그 이웃은 어느 집, 어느 마을보다도 더 가까이 있는 이웃이다. 바로 부대 안의 이웃, 나의 동기들 혹은 나의 선 후임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생활관이 나의 집이라면, 내 주변에 있는 생활관이 나의 이웃이 될 것이다. 굳이 다른 생활관원이 아니더라도 내 자리 주변에서 나와 같이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동기들도 나의 이웃이다. 서로 비슷한 또래에 비슷한 일을 하며 가까이 지내는데 이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요즘 동기 간에 갈등이 참 심하다고 한다. 애석한 일이다.


  결국에는 배려 문제이다. 사회에서 이웃 간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도, 부대 내에서 동기 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도 배려의 문제이다.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조금씩만 더 생각하고 위해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하면서 생활한다면 싸울 일이 없다. 이것은 곧 인지 문제이기도 하다. 동기끼리, 생활관원끼리 서로가 이웃이라는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부대라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서로를 생각하면, 그 배려 없는 행동들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자기 계발을 하면서든지, 편안히 휴식을 취하면서든지, 혹은 활발히 대인관계를 맺으면서든지. 대신에 조심히 배려하면서 살자.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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