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하지는 않지만 물기 어린 공기의 냄새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고 촉촉이 젖어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내뿜는 그 느낌이 나는 좋다. 모든 것에는 그만의 냄새가 있다. 불린 쌀로 정성 들여 뜸을 들인 밥 짓는 냄새,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원한 바다 냄새, 은은히 방 안에 퍼지는 작약 냄새, 그리고 그의 옆에 있으면 문득 다가오는 그의 냄새……. 하물며 내가 쓰는 물건들에도 내 손때 묻은 냄새가 날 터이다. 비가 오면 후각이 예민해지는 것인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특유의 냄새들이 나에게 물밀듯이 떠밀려 온다. 물을 머금은 공기를 타고 오는 것일까, 비가 오면 나는 저마다의 향에 취한다.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봄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봄은, 비와 함께 왔다. 시원한 밤공기도 같이. 어느덧 익숙해진 텁텁..
이용택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 /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 음악 좀 줄일 수 없냐고 / 네 그러면 차라리 나갈게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가사 중 일부이다. 나는 ‘이웃’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이 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참으로 와 닿기 때문에 이 노래를 ‘이웃’하면 떠올린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는 싫고,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고 싶어 이 노래의 화자는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 “이제는 늦은 밤 방 한구석에서 / 헤드폰을 쓰고 춤을 춰.” 개인주의의 시대에서 타인과 부딪히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이웃이란 관계를 참 많..
왜 우리는 미워하며 사는가 - 미워해야 행복해지는 존재들 - 나는 오늘 당신을 미워하였다. 당신의 뒤에서 당신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떠벌렸으며 당신의 앞에서는 당신이 싫은 티를 내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미워하는 것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미워할 것이다. 당신은 내가 없는 곳에서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릴 것이며 내 앞에서는 내가 싫은 기색을 보일 것이다. 나는 당신을 계속 미워할 것이며, 당신도 나를 미워할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우리의 미움은 터지게 될 것이다.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안에서 사그라들거나, 서로의 미움이 핵분열을 일으켜 커다란 폭발을 일으킬 터이다. 이쯤에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미워하면서 사는가? 실제로 나에게 오늘은 ..
며칠 전 점심은 비빔냉면이었다. 쫄깃한 메밀 면발에 매콤한 양념이 아주 일품이었다. 누구나 '비빔냉면'하면 떠올릴 만한 그런 맛이었다. 그렇다고 그 맛이 천편일률적이지는 않았다. 보편적이기는 했어도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그것이 그 말 같지만서도 사실은 다른 맛이다. 보편적이긴 해도 그 음식만의 특유의 맛이 살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비빔냉면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또 얼마 전 저녁은 비빔밥이었다. 아삭한 열무김치에 오이와 당근, 무채, 부추를 넣고, 계란 프라이 한 쪽, 거기에 고추장까지.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 빠지면 섭섭한 참기름이다. 참기름을 한 숟갈 빙 둘러주면 맛있는 비빔밥을 위한 준비가 다 됐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면서 재료들을 골고루 섞어주면 끝. 열무부추비빔밥 대령..
Hi. 노란 동그라미에 바둑알 두개, 포춘쿠키 하나. 오리가 나 대신 말을 한다. 저 오리인지 병아리인지 하여간에 신기하게 생긴 새가 말을 하다니. 참 세상에는 놀라운 일도 많다. 분명 저 조동아리에서는 꽤액 하고 짐승의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사람의 말을 하고 있다. 요즘 더워서 내가 헛 것이 들리나. 그런데 내 귀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아까까지만 해도 LG 트윈스가 6연승을 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말이다. 아, 중계는 못 들었나. 하여튼 간에 내가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귀를 완전히 먹은 건 아닌듯 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내가 귀를 먹을 사람은 아니다. 말하는 오리라니. 당장이라도 '세상에 이런일이'나 '동물농장'에 제보를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은 ..
덥다. 밖은 더워도 너무 덥다. 안에 있어도 덥다. 따가운 햇볕은 얼마나 뾰족한지 바늘로 나를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어제, 그제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6도란다. 처음에 듣고 체온인 줄 알았다. 이렇게 더운 날은 하루로 충분한데 일주일이 넘게 사람을 고생시킨다. 사람들만 고생일까 동물들도 고생하겠지. 밖에 나가기가 싫다. 아니 움직이기 싫다. 그저 침대에 누워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책이라도 읽고 싶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반겨주는 그 뜨거운 입김이 싫다. 사람을 이렇게 짜증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참 재주다. 이런 재주를 가지지 말고 다른 좀 유용한 재주를 가졌다면 이 찜통은 뭐라도 됐을 것이다. 어떻게든 세상을 바꿨으리라. 오늘 아침은 만둣국이었다. 만둣국에 들어가는 만두는 냉동만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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