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한창 전공 진입 시기였다. 각 커뮤니티에는 이 과는 어떻냐면서 질문들이 올라왔고, 그 과에 대한 전공생들의 생각들이 답변되어 있었다. 나는 전공 예약생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전공 진입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국어를 재미있게 배워서 대학을 지원할 때 국어국문학과로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내가 이 학문을 전공해서 나중에 어떻게 해야지, 하는 청사진도 없었고, 단지 문법 공부와 고전 시가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국어국문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흔히 전공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전공 수업을 들을 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시간표를 짰다. '나는 문학이랑은 역시 안 맞아. 나는 어학이지'라는 생각으로 시간표를 짰다. 물론 어학 수업만을 들은 ..
8月 아버지의 아버지를 보내는 날 아버지의 아들은 울음을 참는다. 아버지는 울음도 말라 무덤덤히 앉아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을 맞는다. 날씨도 흐려 무덥지 않다고 바람도 적당해 가시는 길 힘들지는 않겠다고 선산에 걸터 앉아 말을 나눈다. 치토요, 치토요, 치토요 흙이불을 세 번 덮어드리고 에헤라디여- 지관의 노래에 땅을 밟는 아버지는 눈물을 훔친다.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여름에 보내고 당신도 여름에 가셨다. 하늘도 축 처져 구름이 땅에 닿을 듯한 슬픈 여름이다. 2017년 8월 13일자작시, 8月
요즘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예전에는 미래에 대해 고민이라도 했는데, 그 고민은 정말로 흘러넘칠 만큼 해서, 이제 더 이상 할 고민도 없을 정도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고 해 봤자 전역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다. 전역하고 바로 2학기에 교환학생을 갈 수 있을까, 복수전공을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취업을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스물세 살 대한민국 청년의 흔하디흔해 빠진 고민이다. 얼마 전까지 교환학생에 대해 불안이 컸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다. 아직 토플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월 2일 혹은 3일에 내가 치른 토플 성적이 발표되는데, 어떻게 성적이 나올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아서 걱정도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몇 십 개의 파견 대학 리스트 중에서 국어국문학과로 갈 수 있는 대..
나는, 습하지는 않지만 물기 어린 공기의 냄새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고 촉촉이 젖어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내뿜는 그 느낌이 나는 좋다. 모든 것에는 그만의 냄새가 있다. 불린 쌀로 정성 들여 뜸을 들인 밥 짓는 냄새,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원한 바다 냄새, 은은히 방 안에 퍼지는 작약 냄새, 그리고 그의 옆에 있으면 문득 다가오는 그의 냄새……. 하물며 내가 쓰는 물건들에도 내 손때 묻은 냄새가 날 터이다. 비가 오면 후각이 예민해지는 것인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특유의 냄새들이 나에게 물밀듯이 떠밀려 온다. 물을 머금은 공기를 타고 오는 것일까, 비가 오면 나는 저마다의 향에 취한다.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봄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봄은, 비와 함께 왔다. 시원한 밤공기도 같이. 어느덧 익숙해진 텁텁..
이용택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 /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 음악 좀 줄일 수 없냐고 / 네 그러면 차라리 나갈게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가사 중 일부이다. 나는 ‘이웃’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이 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참으로 와 닿기 때문에 이 노래를 ‘이웃’하면 떠올린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는 싫고,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고 싶어 이 노래의 화자는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 “이제는 늦은 밤 방 한구석에서 / 헤드폰을 쓰고 춤을 춰.” 개인주의의 시대에서 타인과 부딪히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이웃이란 관계를 참 많..
어떤 해이든지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는 없었겠지만, 나에게는 유독 지난 2016년이 다사다난하게 느껴졌다. 제주도에서 새해를 맞으며 스물둘의 새해 소망을 빌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다 지나갔다. 내 일 년을 돌아보자면, 1월과 2월에는 정신없이 2016학년도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했었고, 3월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유를 즐겼고, 4월에는 군에 입대했다. 나는 그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타인의 시간은 흐르는데 나만 멈추어 있다는 생각에 자주 빠져들고는 했다. 그것은 마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격랑의 시기를 견디어내고 보니, 나는 한 층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무던히도 어린 나지만, 짧고 편협한 생각에 갇혀 있었다고 생각이 되었지만,..
지친 하루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침대에 지친 나를 누인다누구 하나 고생했다는 말건네는 사람이 없어속으로만 감춘 위로의 인사나는 그 잠깐 사이에한없이 깊은 잠에 빠져든다 나는 무엇을 바라 사는가이리 흔들리고 저리 치여무던히도 닳고 닳아 왔건만깨진 내 마음의 창에다시 깊숙이 베어들고야 만다익숙해질 만도 할 터인데무감각에 무감각해져버린 나 다시 침대에 걸터 앉는다심연의 우울에서 벗어나고자나는 두 번 세 번 곱게 원두를 간다정성들여 커피를 내리고 난다시 침대에 몸을 누인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밝은 햇살이 나를 반길 거라고 밖은 여전히 어둠이었다나는 오늘도 도돌이표ça va?comme ci comme ça 2016. 11. 24. 자작시, , 이용택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아침에 자리를 정리하면커피를 한 잔 마신다두 봉지의 인스턴트 원두 커피뜨거운 물 약간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콜롬비아 방랑객이 되었다 나는 노래를 하고 있었다서툰 목소리로 한 음 한 음정성들여 부른 노래타인은 할 수 없는 위로를스스로 하는 까닭이다 계단을 오르다 고개를 들어파란 하늘을 본다나는 그 바람같은 하늘에도조그마한 행복을 찾는다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어쩌면 감사한 일일 테니 느닷없는 메시지에도반가워해주는 사람들이 있다한 잔 두 잔 술을 기울이면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두런두런 나누면 어느덧 자정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하는그 순간마저도 나는사무치게 행복하다 2016. 11. 19자작시, , 이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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