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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글.

국어국문학도로서의 반성

bonjourmint 2018. 1. 23. 20:00

  학교는 한창 전공 진입 시기였다. 각 커뮤니티에는 이 과는 어떻냐면서 질문들이 올라왔고, 그 과에 대한 전공생들의 생각들이 답변되어 있었다. 나는 전공 예약생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전공 진입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국어를 재미있게 배워서 대학을 지원할 때 국어국문학과로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내가 이 학문을 전공해서 나중에 어떻게 해야지, 하는 청사진도 없었고, 단지 문법 공부와 고전 시가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국어국문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흔히 전공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전공 수업을 들을 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시간표를 짰다. '나는 문학이랑은 역시 안 맞아. 나는 어학이지'라는 생각으로 시간표를 짰다. 물론 어학 수업만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가짐이 그랬다는 것이다.


  나는 전공을 딱 18학점만 듣고 입대했고, 군 생활을 하면서는 전공 학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당장 내 앞가림하기 바쁜 생활 속에서 전공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그제서야 전공에 대한 고민들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환학생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고 우연히 "국문"을 검색해보았다. 그곳에는 이제 전공진입을 하는 새내기들의 전공에 대한 무수한 고민들이 있었다.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선배들의 충실한 조언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내가 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정말 생각 없이 살았다. 배우는 것에만 익숙했지 내가 주도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익숙지 않았다. 되는 대로 살았고 무엇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서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도 별로 없었다. 실패가 적은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지만, 그만큼 철도 덜 들었다. 공부도 사실 재미있는 과목만 열심히 했다. 수학에 크게 흥미를 못 느끼다가 고등학교 3학년 3월에서야 재미를 느끼고 공부를 했었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문법과 문학 문제를 잘 풀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다. 아직 전공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공부해둔 것으로 전공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국어국문학도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야 하지만, 나는 그 소양이 부족한 것이다.


  어쨌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말하지는 못하겠다. 여전히 나에게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은 없고, 어떻게 밥을 벌어먹고 살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다. 국어국문학과 단일 전공으로는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쉼 없이 복수 전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다. 어쩌면 복수 전공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여전히 국어와 국문학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복학하기 전에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공부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씀으로 국어국문학도로서 전공을 대하는 생각을 달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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