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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예전에는 미래에 대해 고민이라도 했는데, 그 고민은 정말로 흘러넘칠 만큼 해서, 이제 더 이상 할 고민도 없을 정도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고 해 봤자 전역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다. 전역하고 바로 2학기에 교환학생을 갈 수 있을까, 복수전공을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취업을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스물세 살 대한민국 청년의 흔하디흔해 빠진 고민이다. 얼마 전까지 교환학생에 대해 불안이 컸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다. 아직 토플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월 2일 혹은 3일에 내가 치른 토플 성적이 발표되는데, 어떻게 성적이 나올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아서 걱정도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몇 십 개의 파견 대학 리스트 중에서 국어국문학과로 갈 수 있는 대학들을 찾아서 정리하는 것 밖에 없다. 대충 추려보니까 열 곳도 안된다. 물론 내 토플 성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내가 열심히 찾아서 정리해본 것도 헛수고가 된다. 그래도 좋다. 상상으로라도 외국에서 살아볼 수 있으니까. 전역하고 싶다 정말.

  소비자 가족학과 수업을 딱 하나 듣고 입대했다. 장래에 대해서 뚜렷한 로드맵은 없지만, 일단 복수전공을 하게 되면 취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소비자 가족학을 선택했었다. 경영학과 복전은 하기 싫고, 경제학은 안 맞고, 주변에 전공하는 사람도 있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 선택을 하고 2년 정도가 지났는데, 여전히 미래에 뚜렷한 계획이나 목표는 없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무엇을 해서 밥을 벌어먹고 살지 정말 모르겠다. 관심 있는 분야는 많은데 관심만 가지고 취업이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글로컬문화콘텐츠 전공을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고, 자기설계 융합전공으로 내가 원하는 전공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전역이 먼저다. 전역하게 해 주세요.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요.

  유시민 작가가 얼마 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한 말이 있다. 오늘이 내일을 위한 디딤돌은 아니라고, 1년 후의 오늘이 지금의 오늘보다 큰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현재를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주변 분위기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 한다.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그 희생이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현재에 충실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젊음은 젊은 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청춘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쳐야 한다. 내가 철이 덜 들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은 도전하고 싶다. 새로운 세계와 부딪치고 싶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싶다. 실패도 실패가 두렵지 않을 때 해야 한다. 현재 '아무 생각 없음'에 대한 자기 변명이 맞지만, 20대 젊을 때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내 꿈은 돈 많은 한량이다. 꿈의 사전적 정의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기도 하고,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기도 하다. 내 꿈은 둘 다이다.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많이 놀고도 싶다. 결론은,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용태꾸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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