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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가을



곧게 난 계단을 따라

타박타박 걸어오르니 그곳엔

파아란 찬연한 바다가 문득

내게 안겼습니다


구름이 동동 떠있는 바다에

한 걸음 내딛어 보니

아차, 이건 파도였구나

스르르 내게 안깁니다


가만히 바다를 품에 안고

눈을 감으면, 바람에 몸을 맡기면

나는 낙엽에 걸린 나뭇가지인 양

이리저리로 휩쓸리고 말겠지요


이글거리던 사랑도 잊혀간다지만

작별 인사가 이리도 쉬운 건지요

갑자기 찾아온 헤어짐에 무참하게

버려지고 말았군요 나는


뜨겁게 피어오른 우리의 사랑을 뒤로한 채

당신은 나를 떠나고 푸른 바다만이

숨결은 차지만서도 이내 따뜻한 손길로

나를 살며시 끌어 안습니다


타오르던 어제는 남겨두고

어느 날, 갑자기, 가을



2016. 08. 27.

자작시, <어느 날, 갑자기, 가을>, 이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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