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02 용태꾸 일기장

모든 스트레스를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며

1. 교환학생 면접을 보았다. 내가 우트렉에 가게 되든 못 가게 되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다.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부랴부랴 토플 본 것을 시작으로, 교환학생 파견 대학 리스트에서 국문과로 갈 수 있는 학교들 리스트를 따로 추리고, 토플 성적 나오고, 지망 순위 정하고, 학교 가서 학과 사무실이랑 국제 교류팀에 물어보고, 지원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경쟁률 확인하고, 멘붕하고, 친구들한테 묻고 블로그들 뒤져 가면서 교환학생 면접 후기 찾고, 2주 동안 안되는 영어 쥐어 짜내서 면접 예상 답변 만들고, 자동응답기가 될 정도로 입으로 외웠다. 그리고 오늘, 면접을 보았다.

2. 면접 후기는 따로 블로그 교환학생 게시판에 올릴 생각이지만, 일단 짧게라도 적어봐야겠다. 안 적어 두면 까먹을 것 같아서. 면접 15분 정도 전까지 출석 체크하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면접 직전에 면접 인원을 한 줄로 세웠다. 그 순서대로 면접실에 들어가서 나란히 앉으면 면접이 시작된다. 교수님은 총 두 분이었다. 한국인 남자 교수님 한 분, 외국인 여자 교수님 한 분. 자기소개와 자유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교수님이 공지한 후에 자기소개를 차례대로 시키었다. 자기소개는 면접 점수에 들어가지는 않는 단다. 나는 자동응답기처럼 자기소개를 했다. 교수님이 나에게 d... military라고 하시길래 군 생활에서 느낀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는 것으로 잘못 듣고 이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다시 'discharge'는 언제냐고 물어보셔서 올해 4월이라고 대답했다. 면접 조원 5명이 모두 자기소개를 마친 후 자유 토론을 시작하였다. 자기소개하고 집중이 좀 흐트러져서 주제를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는데, 대충 '교환학생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는 팁과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등등 아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라는 식의 주제였다. 좀 더 집중해서 들을걸. 토론의 시작을 내가 못 끊긴 했는데 나름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한 10분여 간 거의 우트렉에 대해서 수다를 떨다 보니 면접이 끝났다. 20분이 훌쩍 흘렀다. 그리고 면접장을 나왔다.

3. 면접을 보고 나서 느낀 건데, 학점으로 어느 정도 걸러 놓고 면접은 이 아이가 하자가 있는 아이인지 파악하는 자리 같았다. 인성에 하자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영어를 정말 정말 못할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내가 면접을 잘 본 건지 못 본 건지 감이 안 온다. 다들 비슷하게 한 것 같으면서도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구분될 수 있는 지표라도 있으면 스스로 가늠이라도 할 텐데 말이다. 결과는 정말 모르겠다.

4. 아무튼 후련하다. 네덜란드에 못 가더라도 다른 2~5지망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유럽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8 하반기와 2019 상반기의 구라파 생활이 정말 기대된다. 그때는 구라파 일기장을 쓰고 있을 것 같다.

5. 정말 오랜만은 아니더라도 대학로에 간 김에 정돈에서 돈가스를 먹고, 학림다방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셨다. 마음이 풍족해진 느낌이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곳들이라서 더욱 그랬다.

6. 아이폰8플러스로 바꾸기 위해 견적을 좀 알아봤는데 거기서 거기다. 기기 변경이라 크게 차이도 없다. 그냥 동네 대리점에서 제값 주고 바꿀 것 같은 느낌이 솔솔 든다.

7. 전투복 입고 학교 가보기는 처음이다. 뭔가 묘했다.

8. SNS 계정을 처음으로 새로 만들어 보았다. 근데 이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SNS 계정을 없앴다가 새로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러운 순간이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여전히 visage.maison이다. 전에 쓰던 아이디 뒤에 _passe만 붙었을 뿐.

9. 이제 정말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 모처럼 찾아온 여유인 만큼 이틀에 한 권은 읽어야지.

#용태꾸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