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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현대문학, 2012
<감상문> 너와 나의 연결 고민, 이건 우리 안의 소리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연결고리, 존중, 해석을 중심으로 -
필자는 고민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말하는 바에 의하면 A형은 소심하면서 세심한 성격이다. 그렇다, 필자는 A형이다. 그리고 사소한 고민과 걱정을 자주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답답할 수도 있다. '뭘 이런 걸로 고민을 해?'하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그러한 고민들을 마음 속으로 오래 가져가는 편은 아니다. 어느 순간 스르륵 복잡한 실타래가 스스로 풀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이 깊어지고 조금 더 신중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고민들은 복잡해서 개인 스스로 매듭을 풀기 힘들다. 본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공간인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등장인물이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필자는 이 신비로운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공간의 기능에 대해 연결고리, 존중, 해석의 세 가지 주제로 분석하겠다.
#연결고리
작중 배경이 되는 공간인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공간이다. 그렇다고 이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과거와 현재가 교감하지 않는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날을 잡화점 주인인 '나미야 할아버지'의 서른세 번째 기일로 설정하고 있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미래를 예언하는 듯한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에 따라 자신의 서른세 번째 기일에 잡화점이 되살아난다고 언급하는 유언장을 남겼다. 주인공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그 기일에 잡화점에 들이닥치게 되었고, 우연히 온 편지를 시작으로 과거와의 소통을 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과거와 현재와의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현실성도 부족하고 작품의 흥미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시점을 오로지 잡화점 주인의 기일이라는 특별한 날로 정하여 작품의 흥미와 유기성을 높였다.
또한 나미야 잡화점은 사건과 사건이 연결되는 공간이다. 그 사건들을 매개하는 고리는 나미야 잡화점이자 '환광원'이다. '환광원'은 일종의 고아원으로 어떠한 이유로든 부모와 떨어지게 된 아이들이 모인 공간이다. 작품은 환광원 출신, 혹은 환광원과 관련된 인물들의 고민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거대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작품의 주된 등장인물인 '쇼타', '아쓰야', '고헤이'는 환광원 출신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나미야 할아버지'는 환광원을 세운 '미나즈키 아키코'와 연인 사이였다. 이 외에도 '생선가게 뮤지션'인 '가쓰로', '폴 레논'인 '하루미'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이 환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환광원'이라는 하나의 공간으로 묶인 이들이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고민을 해소하고 내면을 성숙시킨 것이다.
#존중
'나미야 잡화점'의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하나씩 부족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라도 고민이 하나쯤 있을 테지만, 하물며 어떠한 이유로든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고민이 있을 터이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다양하면서도 깊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작품에서 주된 고민 상담가인 '쇼타', '아쓰야', '고헤이'는 고아원 출신 빈집털이범이다. 처음으로 고민 상담을 신청한 '달토끼'는 올림픽을 앞두고 남자친구가 불치병에 걸려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부족함을 가지고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을 부탁해 왔다. 부족한 인물들의 커다란 고민들에 대해 작가는 온정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보듬는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위 문장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좇던 고민 상담의 원칙이다. 그리고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시선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떠한 고민이든 진중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나미야 할아버지'를 통해 고민을 가진 모든 주체를 존중하려 한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장난스러운 아이들의 질문에 성의 없게 대답하지 않고 유쾌하게 대답한 것도, 빈 편지지에도 정성어린 답변을 하는 것도 전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원칙'은 미래의 고민 상담가인 세 빈집털이범 '쇼타', '고헤이', '아쓰야'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들이 빈집털이 후 나미야 잡화점에 와서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누군가의 고민이 담긴 편지가 잡화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편지를 읽고 그에 대해 답장을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그 '원칙'을 지킨 것이다. 타인의 고민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현은 나미야 할아버지에 비해서 서툴다. 직설적이고 투박하게, 어쩌면 퉁명스럽게도 보이게끔 내담자에게 답장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지속적으로 고민 상담을 하였고, 그들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고민을 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존중하기 시작하였다. 고민을 해결하면서, 내담자의 사연을 읽으면서 그들 스스로의 성찰을 하였고 새로운 '쇼타', '고헤이', '아쓰야'로 거듭난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해석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나미야 할아버지는 자신의 상담에 대해 아들에게 위와 같이 이야기하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상담의 본질적인 면을 짚어 주었다.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잘된 일이든 못된 일이든 그 일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린다.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의 예상을 하고, 그러한 가정을 품은 채로 미래를 맞이한다. 고민도 마찬가지이다.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에 대해서 자신만의 정답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정답을 가지고 상담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어 한다. 이미 답을 정하고 간다고 해서 내담자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정확하게 통찰하여, 독자들에게 고민 때문에 좌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다. 불교에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원효대사께서 해골물을 마신 다음 날 깨달음을 얻고 외친 그 말이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 그 말인즉 모든 것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행동하면 결과는 어떻게든 나올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삶은 또 달라지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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