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30-171004 용태꾸일기장 길고 긴 열흘의 연휴 중 다섯 번째 날이다.나는 이 긴 연휴 동안 휴가가 없다.좁아터진 부대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물론 무엇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쌓인 피로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170930 토미련하게도 연휴의 첫날에 면회외출을 하고 말았다.외출하는 날에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약 한 달 만에 집으로 가는 설렘이 가득했다.아침에 집에 가자마자 킹스맨 2를 보러 나섰다.킹스맨 2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전작의 신선함을 기대하면 정말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 할 영화일 것이다.내러티브 간에 개연성도 떨어지고 폭력적인 장면도 늘었기 때문이다.다만 킹스맨 특유의 액션신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영화를 보고 현대백화점에 있는 반디앤루니스에 갔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 서는 게 좋았다.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게 좋았고 발표를 하는 일도 좋았다.나는 적극적인 아이였다.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챙겨야 했다.그렇게 해야만 내 존재로서의 가치가 빛나는 줄 알았다.군에 입대하면서 내가 챙길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한정되었고, 외려 내가 챙김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몸피가 줄어들면서 자신감도 줄어들은 걸까,아님 철이 들기 시작한 걸까.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면서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적극적인 삶에서 소극적인 삶으로의 변화가 철이 드는 것이라면,나는 조금 늦게 철이 들고 싶다.스물셋이면 백세인생에서 아직 반의 반도 못 왔는데 왜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그래야만 보통의 존재로 될 수 있는 걸까. ..
토요일 오후에 골반이랑 허리가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대충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춰보면 좀 아픈게 가실까 했는데 통증이 남아서 파스를 붙였다.그런데 며칠째 아픈 부위가 낫지 않아서 오늘 외진을 다녀왔다.군의관은 나보고 인대 염좌라고 했다.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했다.그렇지 않아도 요즘 허리랑 무릎이랑 관절들이 쑤시다.아직 스물셋밖에 안 먹었는데 벌써부터 다 늙은 것 같다. 생활관을 옮겼는데 방이 북향이라 볕이 잘 안 든다.방도 어두컴컴하고 바람도 제법 쌀쌀해져서 어딘가 모르게 휑한 느낌이다.이런 저런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아졌다.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제일 좋은데 말이다. 가만히 누워서책을 읽기도 하고문득 자세를 고쳐앉아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한다. 산책을 한참동안 하고 싶..
「중국식 룰렛」, 은희경, 창비, 2016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내가 나로 존재하게끔 느꼈던 기호들이 무너지는 느낌이다.스스로 교양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들...커피, 술, 언어, 독서, 글쓰기, 산책 등 한없이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었는데,소설을 통해서 잠시 내게서 떨어져 나를 보니 전부 나라는 허황된 자아의 집합체를 구성하는 요소로 느껴졌다.나는 그러면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내가 생각한 나의 단면들이 내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모습들이 진짜 나일까?그 진짜의 나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가만히 앉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과 경험이 모두 필요하다.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어두운 밤, 잠은 오지 않고 생각은 복잡해 짧게나마 글로 적는다.내일 아침에는 평소의 '보통의 나..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 17쪽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77쪽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102쪽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
나는 아팠다. 고통은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고 여전히 나는 아프다. 새해를 두통으로 맞이했다. 머리를 꾹꾹 누르는 듯 한 그 느낌을 받으며 나는 일어났다. 약효는 없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잠시간 두통이 완화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두통이 다 갔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나는 목이 아프게 되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며칠 전부터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프다. 하품을 해도 물을 마셔도 목이 아프다. 밥을 먹기도 힘들다. 원인 모를 목 통증과 함께 감기 몸살이 왔다. 열이 나고 몸은 으슬으슬 떨렸다. 나는 저녁 온종일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셨다. 그래도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나는 결국 또 약을 받았다. 그랬더니 약이 너무 많아졌다. 나는 이 약을 한꺼번에 다 먹어도 되..
#좋아요_하나_당_나에_대한_무쓸모한_이야기_하나씩 1. 나는 돌에 맞아 본 적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수련회에서 맞아보았다. 악의가 있는 돌 던짐은 아니었다. 하늘로 돌 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어떻게 각도 조절이 실패한 돌에 내가 맞았을 뿐. 신기한 건 머리에서 피가 하나도 안 났다. CT, X-Ray 다 찍어봤는데 내상도 없었다고 한다. 2. 나는 그네를 타다가 그네가 끊어져서 뒤로 날아간 적이 있다. 몸무게도 몸무게였지만 그네가 낡은 게 화근이었다. 그네를 즐겁게 타다가 어느 순간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들었고 학교 담벼락에 부딪혔다. 장미 가시가 팔에 잔뜩 박혀 피가 철철 났던 것은 흠이었지만. 어린 나는 그저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정말 행복해했었다. 3. 내 몸무게는 정말 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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